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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이후에만 살아나는 생각들

by 라몽(La Mong) 2025. 10. 15.

고민이 많아서 잠이 안 와.

1.  낮에는 괜찮았는데, 밤이 되면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다

낮에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도 적당히 하고, 친구랑 톡도 하고, 밥도 평소처럼 잘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밤이 되면, 특히 11시쯤 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조용히 요동치는 느낌.
낮에는 괜찮았던 일들이 밤에는 괜히 마음에 걸리고,
그땐 웃었던 말들도 다시 떠올리면 괜히 신경 쓰인다.

핸드폰 화면이 어두운 방 안에서 너무 밝아서
그 빛만 봐도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든다.
그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오늘 하루는 괜찮았던 걸까?”
“이런 기분이 또 언제 끝날까?”
답은 없는데 생각만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이 말하잖아, 밤에는 감정이 커진다고.
그게 아마 이런 건가 보다.
낮엔 정신이 분산돼서 느끼지 못했던 마음들이
밤이 되면 하나씩 돌아오는 거다.
그래서 요즘은 밤 11시쯤 되면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불을 끄고, 조용히 누워 있는다.
생각이 안 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복잡하다.
내일 아침이 오면, 이 마음도 조금은 잦아들겠지.

2.  아무도 모르게 혼자 하는 상상의 대화들

밤이 되면 꼭 ‘그 사람’이 떠오른다.
예전에 나한테 잘해줬던 사람,
지금은 연락 안 하는 친구,
그리고 가끔 생각나는 어떤 순간들.
그 사람에게 못 했던 말들을 밤마다 머릿속에서 한다.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조금만 더 솔직했으면 달라졌을까?”
이런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마치 대화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 속에서 이어간다.

낮엔 이런 상상을 하면 좀 유치하다고 느껴지는데,
밤엔 괜히 진심이 된다.
그땐 진짜로 내 마음을 다 쏟아서 얘기하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가끔 그 시절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대화한다.

그 대화가 끝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물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와의 미완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한 느낌이랄까.
그냥 그렇게 생각 속에서라도 다 털어내면,
조금은 덜 외롭다.
밤이라는 시간은 이상하게 솔직하게 만들어준다.
낮에는 괜히 참던 말들도,
밤에는 그냥 마음속에서 흘러나온다.

3.  내일의 내가 조금은 괜찮길 바라며

11시가 넘어가면,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데
그때쯤 되면 항상 내일의 나를 상상하게 된다.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았으면 좋겠다.”
“내일은 덜 불안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밤이 되면 유난히 마음이 약해지는 이유는,
하루의 끝에서 나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 후회, 그리고 조금의 외로움까지.
다 그 시간에 몰려온다.

그래서 나는 요즘 밤마다 나에게 편지를 쓴다.
길게는 아니고, 그냥 짧게.
“오늘도 수고했어.”
“생각보다 잘하고 있어.”
이런 말들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걸 내가 나한테 해줘야 마음이 좀 편해진다.

밤은 이상하게 정직하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일들이,
밤에는 마음 한가운데로 돌아온다.
그래서 그 시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도 결국 나의 일부니까.
그게 지나가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거고,
그때의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11시를 넘겼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시간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를 더 이해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