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의 나는, 조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건 나중에 보면 어떤 표정으로 기억될까?”
웃고 있지만, 진짜로 웃는 건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
어제의 나를 떠올리면 딱 그랬다.
겉으론 괜찮아 보이는데, 마음속은 조금 무너져 있었다.
다들 그런 날 있지 않나?
딱히 힘든 일은 없는데, 그냥 모든 게 버거운 날.
어제의 나는 그런 하루였다.
카페에서 혼자 앉아있는데,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좀 낯설었다.
피곤해 보이고, 웃는 것도 어색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의 카메라로 어제의 나를 찍는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
아마 화질은 좋지만 초점이 흐릿한 사진일 거다.
겉모습은 똑같은데, 마음이 조금 비어 있는 느낌.
요즘은 그런 사진이 싫지 않다.
이제는 완벽하게 찍히지 않아도 괜찮다.
흐릿한 내 표정에도, 어제의 내가 있었고
그 시간의 감정들이 다 기록되어 있을 테니까.
내가 조금 지쳐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처럼, 하루하루의 나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2.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르게 찍히고 싶었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다.
딱히 찍을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제의 나를 잊지 않으려고.
햇빛이 따뜻해서 그런지 기분도 조금 나았다.
길가의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커피잔 위로 비치는 그림자,
그런 평범한 것들이 괜히 예뻐 보였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덜 불안했다.
아마도, 어제의 나를 그냥 인정했기 때문일 거다.
“그때는 좀 힘들었지.” 그렇게 말해주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누가 대신 위로해주지 않아도,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오늘 찍은 사진에는
억지 웃음 대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얼굴이 담겼다.
머리카락이 엉켜도 괜찮았고, 표정이 애매해도 괜찮았다.
그냥 ‘오늘의 나’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이전엔 사진을 남길 때마다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조금은 흐릿해도, 그게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가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얼굴.
그게 오늘 내가 남기고 싶은 사진이었다.
3.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어떻게 찍을까
내일의 나는 아마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직 어수선하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견디고 있으니까.
이 나이의 하루하루는 늘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다.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뭔가 대단한 걸 이루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으니까.
만약 내일의 카메라로 오늘의 나를 찍는다면,
그 사진은 아마 조용할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웃고 있지도 않겠지만
묘하게 따뜻할 것 같다.
“그때의 너, 꽤 괜찮았어.”
그렇게 말해줄 수 있을 만큼의 표정이 담겼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기억을 남긴다’고 하지만,
나는 요즘 ‘감정’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사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
그 셋이 이어져서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오늘은 셀카 한 장을 남겼다.
특별한 필터도, 꾸밈도 없이.
그냥 지금의 표정 그대로.
언젠가 이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면
“이때의 나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