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 일도 없는 날에도, 마음은 바쁘다
오늘은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
수업도 없고, 친구들이랑 약속도 없고, 알람 소리만 허무하게 울렸다.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는데 햇빛도 딱히 반짝이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수요일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날이 더 피곤하다.
몸은 쉬는데 머리는 계속 생각을 만든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다들 뭐 하고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핸드폰을 봐도 톡은 조용하고, 인스타에는 다들 뭔가 있어 보인다.
여행 가거나, 전시 보러 가거나, 바쁜 일상을 자랑하듯 올린 사진들.
나는 그 사이에서 잠깐 멈춰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그 멈춤이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는, 생각보다 내 안을 잘 보여준다.
지루하다고 느끼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아, 나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노래도 안 틀고, 멍하니 창밖만 봤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게 나쁘지 않았다.
조용한 하루 덕분에 내 머릿속도 조금은 조용해졌다.
이런 날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2. 평범한 하루 속에도, 작은 반짝임은 있다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면 진짜 별 게 없었다.
점심은 냉장고에 있던 김치찌개, 저녁은 편의점 삼각김밥.
누가 보면 “심심한 하루였네”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날이 좋다.
왜냐면 사소한 순간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니까.
예를 들어,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
그게 괜히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컵에 김이 올라오고, 그 김에 얼굴을 잠깐 비춰볼 때
‘오늘도 별일 없었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
밖에서 들리는 택배 오토바이 소리,
빨래가 다 말랐는지 만져보는 순간의 보송한 느낌,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작은 반짝임 같다.
예전엔 이런 걸 신경도 안 썼다.
그냥 빨리 지나가는 하루 중 일부였는데,
지금은 그 사소함이 나를 버티게 한다.
아무 일도 없는 날은 결국 이런 작은 조각들로 채워진다.
대단한 성취는 없어도,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니까.
3. 별일 없는 하루가, 의외로 제일 괜찮다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누워 있는데
‘오늘 뭐 했지?’ 싶다.
생각해보면 한 게 거의 없다.
그냥 밥 먹고, 폰 보고, 잠깐 산책하고, 또 누웠다.
그런데 신기하게 마음이 편하다.
예전엔 이런 날이 불안했는데,
요즘은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내가 지금 무사하다는 뜻이다.
누가 나를 힘들게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울 일도 없고, 크게 웃을 일도 없었을 뿐.
그건 지루함이 아니라 평화일지도 모른다.
물론 매일 이렇다면 답답하겠지만,
가끔은 이런 날이 꼭 필요하다.
몸과 마음이 조용히 숨 쉬는 시간.
세상이 나를 잠깐 잊은 듯한 그 고요함이 좋다.
그래서 오늘 일기 제목은 이걸로 하려고 한다.
“별일 없어서 좋았던 하루.”
그게 지금의 나한테는 가장 솔직한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