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요즘은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이 너무 많다.
“이 정도면 괜찮아.”
“이것도 다 경험이지.”
“그래도 나름 잘 하고 있는 거야.”
하루에도 몇 번씩, 나한테 이런 말을 건넨다.
진짜 괜찮아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서.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런 말을 안 했다.
굳이 나를 위로하거나,
억지로 긍정적인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그냥 힘들면 힘든 대로 두었다.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허무해져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그냥 그랬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늘 나를 ‘설득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모든 게 괜찮은 척,
나는 잘 버티는 사람인 척.
그게 어느 순간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그걸 잠시 멈췄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이 말이 처음으로 진심처럼 느껴졌다.
스스로를 덜 설득하니까
하루가 조금 느려지고, 숨이 편해졌다.
아무 일도 해결된 건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무게가 줄어든 느낌.
아마도 그게 오늘의 유일한 성취였다.
2. ‘이 정도면 괜찮아’ 대신 ‘그냥 이래도 돼’
항상 뭔가를 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야,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바쁘게 움직이고,
남들이 하는 걸 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나를 증명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냥 멈췄다.
책도 안 읽고, 운동도 안 하고,
심지어 해야 할 일들도 미뤄뒀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래도 되나?’
‘시간 아까운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지나니 오히려 편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가 아니라
“그냥 이래도 돼.”라고 말해주니까
나 스스로가 조금 따뜻해졌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꾸미지 않아도,
그냥 내가 쉬고 싶으면 쉬는 게 맞다는 걸.
아마 인생은 그렇게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버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날이
진짜 ‘괜찮은 날’인 것 같다.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3. 내 편이 되어주는 법을 배우는 중
나는 늘 나한테 엄격했다.
“이건 더 잘했어야지.”
“왜 이렇게 느려?”
“넌 아직 멀었어.”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나 자신에게 했다.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면 상처받았을 텐데,
정작 나는 나에게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오늘은 그걸 좀 멈췄다.
대신 이렇게 말해줬다.
“그래도 너, 오늘 하루 잘 버텼어.”
“조금 느려도 괜찮아.”
그 말을 하니까 마음이 진짜로 풀렸다.
누가 대신 위로해준 게 아니라,
내가 나한테 처음으로 편하게 말해준 거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위로’는
사실 거창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스스로를 덜 몰아붙이는 거,
오늘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해주는 거.
그게 진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일 같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부족해도, 오늘만큼은 나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나한테 뭐라 해도,
오늘 하루는 그냥 ‘나의 속도’로 흘러가게 두고 싶다.
오늘의 일기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나는 오늘, 나한테 조금 더 다정했다.”
그게 오늘 하루의 가장 큰 의미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