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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지 못한 말들

by 라몽(La Mong) 2025. 10. 16.

언젠간 다시 만나자
언젠간 다시 만나자

1.  그때는 왜 그 말을 못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 그 말만 했어도 뭐가 달라졌을까.
“괜찮아?” “나 사실 그때 많이 힘들었어.”
이런 말들을 머릿속에서는 수백 번 했는데
입 밖으로는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아마도 무너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상대 앞에서는 항상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웃고, 맞춰주고, 괜히 먼저 장난치면서
‘나 괜찮아’ 하는 척을 했다.
그게 오히려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으니까.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솔직함을 잃은 마음이었다.
나는 사실 그때 많이 불안했고,
“나 지금 좀 서운해”라는 말 한마디가 너무 어려웠다.
상대가 멀어질까 봐,
내 진심이 무겁게 느껴질까 봐.

결국 그 말들을 삼킨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 마음속에서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그게 아마, 관계가 서서히 식는 시작이었다.
나는 그때 왜 그 말을 못했을까.
지금도 그 질문이 가끔 마음에 남는다.

2.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싶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못한 말은
생각보다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였다.
그 사람은 나를 많이 이해해줬고,
내가 어지럽게 흔들릴 때도 가만히 옆에 있어줬다.
근데 그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받기만 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은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때는 ‘나중에 하면 되지’ 했는데
이상하게 그런 말은 타이밍이 참 어렵다.
감정이 식으면 너무 늦고,
그 순간엔 부끄럽고 어색해서 못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사람 덕분에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지 안다.
감정은 표현해야 오래 간다는 것,
사랑은 노력 없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
그걸 다 배우고 나서야
“그때 고마웠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근데 그 사람은 이제 내 앞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이 일기 속에라도 남겨본다.
“고마웠어.
그때의 나를 이해해줘서,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줘서.”
그게 내가 그 사람에게 가장 미안하면서도,
가장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다.

3.  지금이라도 말할 수 있다면

만약 지금 그 사람을 다시 마주친다면,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어.
좋아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걸.”
“너는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아직도 네가 웃을 때의 얼굴을 가끔 떠올려.”

사람의 감정은 참 이상하다.
끝났다고 생각한 마음도,
어느 날 문득 다시 살아난다.
특히 밤늦게 혼자 있을 때,
그때의 목소리나 문장 하나가 떠오르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된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때의 우리는 그때의 모습으로 충분했다.
다만, 그 시절의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여전히 그리운 거다.

지금이라도 말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때의 너도, 그때의 나도
서툴렀지만 진심이었어.
그게 전부였고, 그걸로 충분했어.”